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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비서실의 명과 암

‘비서실’ 이름만 들어도 그 위상과 권위를 짐작케 한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수장이 있게 마련이고 수장이 있으면 그 수장을 보좌하고 지원하는 비서실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따라붙게 되어있다.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에게도 비서실, 국회의원에게도 비서실, 장관에게도 비서실, 재벌총수에게도 비서실이라는 이름의 조직이 있다.


이 비서실의 기능은 수장을 대신해서 그 업무를 상세히 파악하고 수장이 의사결정을 보다 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 분석, 대안을 지원하는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서실이라는 조직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여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함은 옛날 왕조시대나 근대국가에서도 빈번하게 보여 진다. 다시 말해 수장의 사적이익을 위한 권력 오남용에 수장의 손발이 되어 친위대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다.


비서실이 수장의 장막 뒤에서 추는 칼춤은 그 위력이 대단하다. 수장의 눈앞에서 장막을 치고 거짓을 보고하여 수장을 그릇되는 방향으로 오도함은 악폐 중의 으뜸이다.


수장의 지시나 수행하는 단순한 손발이 되는 비서실은 무위도식하는 한심한 작태이다. 이러한 악폐, 작태로 인한 그 폐해가 그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지대하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이 국정농단의 선봉대가 되어왔고 이에 우리나라의 경제, 민심에 끼친 손실과 부작용은 익히 아는 바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25여 년을 대우그룹 김우중 총수의 비서실격인 구조조정본부에 근무했던 관계로 수장과 비서실과 조직의 삼각 역학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대우그룹과 라이벌인 삼성그룹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있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뛰어난 머리와 열정으로 혼자 그룹의 대소사를 판단, 의사결정했기에 비서실에 큰 힘을 주지 않았다.


계열사 사장들, 비서실 임원들이 모인 회의에서도 거의 대부분을 총수 혼자서 주도해나가는 격이었고, 비서실보다는 현장인 계열사 임원들하고의 협의가 더 많은 연유로 자연히 비서실이 기획·감사·조정하는 콘트롤 기능에 힘이 덜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삼성비서실의 힘은 막강했다. 이병철, 이건희 총수로부터 전적인 권한위임을 받아 계열사들의 모든 경영을 비서실이 힘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였다.


항간에 삼성 계열사들 직원들이 제일 무서워했던 것은 국세청 감사, 공정거래위원회 감사도 아닌 바로 삼성 비서실의 감사였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엄격한 기강으로 콘트롤했다.


대우그룹은 붕괴됐고, 삼성그룹은 세계적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서실이 가진 롤(Role)과 포지션(Position)에 따라 엇갈린 운명의 배를 탄게 아닌가하고 생각해본다.


비서실의 롤과 포지션을 크게 3가지로 설명해본다. 첫째, 비서실에 파워(Power)를 주는 경우이다. 권한과 권력 이 강해지고 일사분란하게 수장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하면 수장의 권력부패에 대한 주구노릇을 하거나, 옥상옥이 되어 새로운 권력이 생기는 단점을 가진다.


둘째, 비서실에 파워를 주지 않는 경우이다. 수장이 직접 실무부서를 콘트롤해서 현장에 더 익숙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하면 실무부서의 일방되고 편향된 보고에 치우칠 수 있고 비서실 존재의 무의미한 단점을 보여준다.


셋째, 비서실을 아예 없애는 경우이다. 수장이 직접 실무부서를 콘트롤하는 점에서 둘째 경우와 비슷하지만 셋째에는 큰 단점이 있다. 수장은 산하 여러 분야의 정보와 문제점을 파악하지만 이를 통합조정해 전체그림을 보여주는 기능이 없어 그야말로 단견적이고 미시적인 안목에 치우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 그룹을 경영하는 총수들은 이 비서실이 가지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살펴 운영의 묘를 기한다면 훌륭한 조직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필] 김우일
• 현)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박사
• 대우그룹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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