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업의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가계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세금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외형적으론 정부가 직접세 비중을 늘려 조세형평성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개인소득세 증세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 대비 제도부문별 소득비중추이 내 기업소득비중은 2013년 25.2%, 2014년 24.8%, 2015년 24.3%, 2016년 24.1%로 줄어들었다.
반면 총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3년 23.2%, 2014년 22.1%, 2015년 21.9%로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2016년 22.7%로 상승했다. 소득비중에 맞춰 기업 세금부담이 줄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소득세는 정반대였다.
가계소득 비중은 2013년 61.5%, 2014년 62.1%, 2015년 62.3%, 2016년 62.1%를 기록하면서 둔화한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소득세 비중은 2013년 25.3%, 2014년 27.5%, 2015년 29.5%, 2016년 29.8%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가계소득이 정체 구간에 들어섰음에도 정부가 세금을 거둔 셈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소득세 추이의 경우 일부 부동산 경기과열 지역의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와 2013년 세법 개정으로 공제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중산층 부담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근로소득세는 2012년 19.6조원이 걷혔지만, 2014년엔 25.4조원, 2016년엔 31.0조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득세의 비중증가는 국세 내 직접세 비중을 그대로 견인했다. 직접세엔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 및 증여세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과년도 수입 및 농어촌특별세·교육세 등을 제외한 총 국세수입 230조원 중 직접세는 127조3000억원, 간접세는 102조6000억원으로 직접세 비중은 55.3%, 간접세는 44.6%에 달했다.
직접세 비중은 2007년 52.7%를 기록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p를 낮추면서 2009년 48.9%, 2010년 47.9%로 줄었다. 이후 직접세 비중은 2011년 51.1% 이후 2012년 51.5%, 2013년 51.4% 등 51% 초반대 걸쳐 있다가 소득세 상승에 따라 2014년 52.6%, 2015년 54.5%, 2016년 55.3%로 빠르게 상승했다.
직접세 비중 증가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양상이다. 직접세는 개별 경제주체의 소득·재산 능력에 비례적으로 부과해 상대적으로 부자의 부담이 크지만,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소비에 따라 정률적으로 부과하기에 가난한 사람에게 상대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2014년 조세부담률은 18.0%로 OECD 평균인 25.1%보다 낮고, 북구 복지국가들과 비교하면 적게는 10%p, 많게는 30%p 이상 낮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선 직접세 등 세부담을 늘릴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동등한 부담을 물리지 않는다면, 조세형평성을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팀장은 “개인소득 비중이 둔화된 상태에서 소득세 비중만 올리고, 법인부담만을 깎아주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 때 낮추었던 법인세율을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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