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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②> 국세청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10년치 자료추적으로 잡은 해외도피 체납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징세행정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는 망하게 된다. 아무리 잘 만든 세법이어도 납세자들은 항상 빈틈을 찾아냈으며, 그 빈틈을 막지 못한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세법 집행기관의 책무는 어제의 일을 오늘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발견하지 못한 빈틈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고, 변화시켜, 나라를 계속 살아 숨 쉬게 하는 데 있다. <본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인 판단과 노력으로 우리나라 조세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무원들의 사례를 기획연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2년 동안 거친 소송

비바람 맞아가며 은닉재산 추적 


사업자는 체납이 발생할지 미리 알 수 있지만, 과세관청은 신고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신고하기 전 재산을 타인명의나 해외로 빼돌리면 국세청이 잡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광주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 체납자재산추적과 문식 조사관이 맡은 건은 건설사 대표 A가 고액체납 발생 직전 해외로 도피한 건이었다. 


고액체납의 악질성 중 하나는 체납발생 당시 재산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고액 세금은 은닉·탈루 등 과거의 특정 거래 이후 시간이 상당히 경과한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세무조사와 검찰조사까지 서너 차례 받는다면, 시간이 더 소모되고, 각종 계약서 등 재산확보의 근거가 되는 자료 가 분실되어 은닉재산을 찾아내기 매우 어렵게 된다. 


A의 해외 도피 후 국세청은 체납을 감지했지만, 이미 납세자도, 재산도 국내에 없었다. 소멸시효까지 대응수단이 없으면, 속절없이 정리보류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 조사관은 A의 재산을 찾기 위해 먼지 한 점까지 샅샅이 살피는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A의 과거 10년간의 거래내역·계약서·법인별 주주구성 내역·출입국 조사·회계처리 방법이 문 조사관의 손을 거쳤고, 마침내 문 조사관은 A가 자신과 특수관계법인(친인척 회사 등)에 빌려준 거액의 자금을 찾아냈다. 


A와 특수관계법인간 맺은 대여금 계약에는 변제기한이 돈 빌려준 지 20년 이후로 설정돼 있었다. 체납세금을 거두려면, 해당 대여금 계약이 국세청의 정당한 압류금 지급청구 소송 대상이란 걸 입증해야 했다. 


소송사유 및 근거가 명확해야 했다. ▲기업회계기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을 적용한 회계처리 및 계약서 ▲주주 구성 ▲대여금 계정 분석으로 통정허위 및 불공정 주장 ▲체납자의 생활실태로 궁박·경솔 주장 ▲주주 대여금 불입내역으로 폭리·악의 주장 ▲과거에 작성한 계약서 작성방법 및 출입국 조사 ▲인감사용 습관분석 ▲계약서 원본 존재여부로 허위작성 등 다양한 사유를 적용했다. 


고된 소송은 2년에 걸쳐 진행됐고, 마침내 승소했다. 하지만, 소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었다. 


승소 후 경매절차를 통한 매각이 이루어지는 동안, 국세청은 A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던 중 A가 다량의 그림을 100여 평의 자녀 소유 아파트에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곧바로 압수대상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빈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없었다. 


국세청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빈틈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A의 아파트 거주사실 및 그림 보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설비업체, 마트 등 탐문, 세대별 전기사용량, 계량기 회전 속도, 수도사용량, 우편물 검사, SECOM 출동내역 확인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됐다. 


입·출입 확인을 위해 주간 차량잠복 과정에서 조사국 요원들이 스토커로 오인돼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잠깐동안 벌어진 커튼 틈으로 미술품 등이 있는 것을 확인, 다량의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세청의 다음 과제는 해당 미술품이 A의 것인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국세청은 A와 관련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범죄 수익 은닉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미 ‘벌어진 커튼 틈’ 등을 통해 200여 장의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두고 있었다. 


법원의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떨어졌고, 국세청 조사관들은 해가 떨어지기 전인 오후 5시, 영장집행에 착수 했다. 


장장 8시간 압수활동 끝에 그림 115점, 도자기 26점이 발견됐다. 압수된 미술품은 감정평가 및 그림 보전작업 등을 거친 후 공매 절차를 거쳐 국고로 환수됐다. 


문 조사관의 사례는 고도의 법률작업을 거쳐 은닉한 재산을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포착해 낸 매우 드문 사례였다. 문 조사관은국세징수법상 한계가 있었음에도 타인의 주소지에 은닉한 체납자의 미술품을 압류해 고액의 체납액을 전액 현금징수했다. 


정부는 광주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 체납자재산추적과 문식 7급 조사관과 이에 기여한 해남세무서 서우석 7급 조사관에게 3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했다.


해외로 도피하는 부당자금지원 

한 건의 불복 없이 잡아낸 완벽과세 


어느 날, 천재를 향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과가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기발한 발상의 전환’은 수 많은 시행착오와 거듭된 시도에서 빚어지는 중간 과정이자 선학들이 이미 세워둔 금자탑 위에 한 층을 올리는 것이다. 


국세청이 해외투자 조세회피 관련 일으킨 혁신은 김종국 6급 조사관 등 국세공무원들이 꾸준히 쌓아 올린 기여로 완성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김 조사관이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실에 근무하던 시기, 국세청이 당면한 과제는 해외직접투자의 급증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2009년 194억달러에서 2013년 241억달러로 20% 이상 늘었다. 5년 동안 총 투자 금액만도 총 1154억달러, 현재 환율로 13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특히 해외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규모의 상승세가 가파랐다. 2013년 해외현지조달 금액은 95억달러로 2009년 59억달러의 거의 두 배 가량 늘어났다. 5년간 대부총액만도 381억달러에 달했다.


내국인의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대부투자액도 연간 3조원에 달했다. 해외투자액의 증가는 우리 기업의 진출이 늘어났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급보증 등을 통한 우회적인 부당자금지원 행 위에 대한 조세회피 유인 우려가 늘어났다는 것이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계열사에 돈을 빌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 회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해외계열사에 매우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면 이는 국내 과세기반을 침해하는 엄연한 탈루행위로 보아야 한다. 


국세청이 지급보증 대위변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외현지법인에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에 대한 기획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실제 국세청이 표본을 수집하여 분석해 본 결과, 지급보증 대위변제, 대여금의 업무무관 가지급금, 결손누적 상태에 있는 해외자회사에 대부투자 후 출자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다양한 조세회피가 발견됐다. 


그러나 위법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 뿐 아니라,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상속 및 증여세법’ 외에도 각 국가의 조세조약, 외국환거래법, 필요한 경우 해당국의 세법 등 고려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사례들이 없는 관계로 기획점검 지침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정보와 자료가 해외에 소재하는 관계로 분석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워낙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다보니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기획점검만으로 1년 5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국세청은 각 지방청에 중요한 쟁점사항 발생 시 본청에서 지방청에 직접출장을 통해 점검업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불복 없이 고액의 수정신고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지급보증 대위변제 등 우회적인 부당자금지원 관련 국세청은 새로운 유형의 조세회피 유형 7가지를 발굴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국세청은 동일 유형의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해외투자 법인을 추출해 법인세 사전 성실신고 안내를 담아 정기분 법인세 신고 시 반영하도록 했으며, 해당 사례를 국세청 지식관리시스템에 등재하여 공유하고, 감사관실 및 국제관련 교육과정에도 실었다. 해외투자자들에게도 해외투자 시 주의사항을 전파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곳곳에는 김 조사관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나 있으며, 이를 통해 2015년에만 97억원의 세금을 확보 할 수 있었다. 뿐 아니라 앞으로도 수백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실 김종국 6급 조사관과 같은 소속 홍재필 5급 사무관에게 예산성과금 700만원을 지급했다.


단순 민원 속에 숨어있던 

40억원대 세수를 찾다 


국세행정에서도 숙련된 조사관의 ‘감’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015년 대구지방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 김하수 7급 조사관에게 들어간 부동산 압류 해제민원건도 그랬다. 


해당 부동산은 체납없이 압류된 부동산으로 외견상 문제가 없었다. 얼핏 해지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김 조사관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할세무서에 다수의 서류 확인을 요청한 결과 해당 부동산은 16년 전인, 1999년 9월 상속자가 상속세를 내지 않아 압류했으나, 시효만료로 정리보류(결손)된 건으로 파악됐다. 정리보류란 정해진 기간까지 세금을 거둘 수 없어 체납처분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국세청은 왜 경매로 부동산을 팔아 체납세금을 징수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상속자가 재외국민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국세체납의 경우 국세청은 해당 체납자의 동산, 부동산에 대해 필요한 만큼 압류를 걸 수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에게 상속되는 부동산은 상속인이 자기 명의로 이전등기하기 전까지 피상속인 명의로 유지된다. 세금은 납세의무자 개인에게만 청구할 수 있으므로, 국세청은 비록 상속재산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 명의의 재산에 대해 손을 댈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세청 압류시스템에도 이러한 상속세 체납건은 잡히지 않는다. 상속인이 이걸 노리고 세금청구 시효가 소멸할 때까지 소유권 이전등기를 미루다가 담당자들이 다 바뀐 10~20년 후에 해당 부동산엔 문제없으니 압류를 풀어달라고 할 수도 있다. 


표면상 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자칫 압류를 풀어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상속세는 영원히 거둘 수 없게 된다. 관건은 상속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상속자는 미국거주 재외국민으로 국내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임의로 부여한 6자리 숫자로 상속세가 고지된 상태였다. 


상속세 체납 상속자는 미국식 이름과 외국인번호를 사용해 더더욱 특정이 곤란했다. 김 조사관은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해보기로 했다. 우선 부동산에 기재된 상속자의 미국 주소지를 근거로 수소문한 결과 체납자 및 자녀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조사관은 국내 법률대리인을 통해 체납세액을 자진납부하지 않으면, 공매 절차를 거쳐 부동산을 팔아버리겠다고 체납자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김 조사관은 체납 상속자에게 압류된 부동산을 매각해 체납세금을 납부하도록 설득했다. 16년 동안 묵힌 부동산의 매각가액은 250억원에 달했고, 그 결과 체납세액은 43억원을 징수할 수 있었다. 


한 조사관의 끈질긴 추적으로 단순 민원이 거액의 현금징수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대구지방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 7급 김하수에게 3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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