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NH농협은행이 직원이 업무 중 실수로 고객 돈을 가압류해 소송에 휘말린 비용 전액을 직원에게 부담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유명 웹툰작가 레바(필명)는 농협은행 계좌가 압류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한 레바는 NH농협은행 고객센터에 압류 사실이 맞는지 물었고 NH농협은행은 불법도박과 관련해 한 대부업체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당해 압류사실이 맞다고 답했다.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없는 레바는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계좌를 압류당한 건 92년생 레바가 아닌 77년생 동명이인 이 모씨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즉 NH농협은행이 실수로 77년생 이 모씨에게 행해야 할 계좌압류‧통보를 레바에게 행한 것이다.
이후 NH농협은행은 피해자인 레바를 찾아 황당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바에게 사과를 구하러 간 NH농협은행 관계자들은 레바가 입은 금전‧정신적 피해를 전부 보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압류소식을 받자마자 변호사를 선임한 것에 대해 ‘일반인 치고는 너무 빠른 대응’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소비자가 피해가 예상될 경우 즉각적인 변호사 선임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기 방어 행동이며 법적으로는 보장된 행위다.
또한 레바의 경우처럼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등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빠른 대처만이 금전적 추가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레바는 지난 7일 NH농협은행으로부터 정신적 피해보상비‧변호사 선임비‧항소비 등 명목으로 40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상이 이뤄진 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레바가 확인한 결과 본인에게 지급된 피해보상비가 NH농협은행이 아닌 직원이 전액 부담한 것이기 때문이다.
레바는 인터넷에서 후일담으로 “난 회사에 다녀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직원이 일을 잘해 번 돈은 회사가 다가져가지 않느냐”며 “반대로 직원이 실수해 손해보면 회사는 책임없다 발을 빼버릴 수 있으니 역시 기업하기 좋은 나라답다”고 했다.
오케이노무법인 곽기영 대표 노무사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사용자인 NH농협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00% 직원에게 보상하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과실 책임분배, 추후 징계절차 등으로 인해 대부분 직원들이 마찰을 피하고자 쉬쉬하면서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향이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피해고객이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아니고 NH농협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일텐데 만약 직원에게 강제로 전액 보상토록 했거나 은행 내 규정이 있다하더라도 ‘기본적 사용자 책임’이 있어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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