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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과세의 두 얼굴’ 자영업자의 구원 또는 탈세조장

부가가치세 취지상 간이과세 확대는 탈루 묵인 우려
최악의 자영업자 부실 막으려면, 긴급 처방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야당에서 잇따라 발의한 간이과세 확대 입법에 대해 세원투명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간이과세제도는 증빙 없이도 신고내용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과세당국의 관리범위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간이과세 관련 입법은 셋이다. 내용은 현재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1억원 미만, 김철민 의원이 9000만원 미만,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이 8000만원 미만을 적용범위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연 매출 8800만원 미만 사업자는 전체의 66.4%, 4600만원 미만 사업자는 51.8%에 달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선 우려스런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간이과세제도의 입법 취지나 제도 내용을 살펴볼 때 사라져야 할 제도를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간이과세제도는 부가가치세 도입과 세원관리의 미비점에서 발생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지만, 국내는 소비자들이 일일이 세무서에 신고납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소비자에게 재화를 판매한 사업자가 대신 받아 일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 소상공인들에겐 이를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연 매출이 4000만원이고, 소비자 1명당 평균 구매액이 5000원이라고 한다면 해당 슈퍼마켓은 부가가치세 신고를 위해 년 8000장의 영수증을 관리해야 하며, 최대 5년치 증빙을 보관해야 한다. 

과세당국 역시 사업자 한 명에 대해 수천장의 영수증을 검증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부가가치세 제도 정착을 위한 유인책, 사업자의 납세부담완화, 그리고 정부의 효율적 행정력 운용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납부세액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과세특례, 증빙 없이도 업종별 간이과세율을 적용해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를 인정하는 ‘간이과세제도’가 탄생했다.

정부는 사업자들에게 사업자 의무등록을 법제화하고, 소상공인에 대해서 1977년부터 1994년까지 연 매출 1200~3600만원까지 과세특례를 주었고, 1995년 연 매출 4800만원까지 과세특례를, 1억5000만원까지 간이과세를 적용했다.

간이과세는 문제도 적지 않은 제도인데 무증빙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납부세액보다 실제 사업자가 받은 부가가치세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부가가치세 탈루, 소득세 탈루로 이어진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사업자가 간이과세자로 남기 위해 연 매출을 조작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이 2000년 들어 연 매출 2400만원 미만까지 부가가치세 면제,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에 대해선 간이과세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축소했다. 간이과세 등에 대한 입법취지의 수명이 줄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와 전자세금계산서, 전자신고가 정착됐고,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부담이 크게 줄었다. 과세당국의 세원관리 능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3년 2월 19일 발표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통해 간이과세제도의 단계적 폐지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행정부 내에서도 ‘폐지론’을 강조하는 의견이 상당하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국회가) 간이과세제도를 확대, 축소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간이과세제도는 세원투명성을 역행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과거 18대 국회부터 줄곧 간이과세제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간이과세제도를 자영업자 지원책의 일환으로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기준 통계청이 집계한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 베이비붐 세대와 취업불황으로 전월대비 증가폭이 2001년 4월(22만명) 이후 최대치인 21만3000명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절반은 연 매출이 4600만원 미만이었다. 자영업자 대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480조원에 달했다. 줄 폐업이라도 도래하면, 실물경제 붕괴까지 야기할 수 있다. 

OECD 국가에선 부가가치세 면제점(현행 연 매출 2400만원 미만 적용)을 상향하는 방법으로 조정하는데 2007년 12월 한국조제새정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제 정책과제의 경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가가치세 면제점은 달러 환산 시 2만6000달러 수준으로 OECD국가 평균인 3만6000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실 관계자는 “2000년에 조정된 이후 간이과세제도는 한 번도 변동이 없었다”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간이과세제도를 축소해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간이과세제도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올린다고 해도 사업자가 상당수 영세한지라 정부의 세수확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간이과세제도가 과세투명성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감안할 때 차선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당국 관계자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건 최종소비자인데, 실제 세금 부담자가 아닌 사업자의 세 부담을 줄여준다며 간이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간이과세 외에도 의제매입공제 등 각종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줄일 수단이 많다”라며 “자영업자 지원을 하려면 다른 수단을 통해 해야지 부가가치세법 취지에 역행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전했다.
 
세법은 조세형평성을 근거해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영업자 부실문제에 의해 그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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