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하경제규모 8.0%…국세청의 박근혜 정부 띄우기’ 기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국세청이 발표한 지하경제규모 추정치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의문점은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이란 이유로 각 연구별 지하경제규모 추정치를 비교가능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연구모형은 동일한 이론을 전제로 했다고 해도 추정하는 방법, 계산식은 천양지차다. 이는 관련자들에게 ‘상식’이다. 그러나 그 숫자는 많지 않다.
국세청의 3페이지에 달하는 설명자료 중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분량은 고작 1페이지 남짓하다. 논리적으로 잘 짜여 있어 모형과 연구별로 설계된 모형이 다르다는 ‘상식’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국세청은 동일한 이론을 전제로 한 모형을 썼다고 다른 연구들을 나란히 줄 세웠다. 과거의 추정치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인 것 같으면서도 이 결과를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며 객관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 1페이지를 수도 없이 반복해 읽었고, 공개가 된 20여 페이지의 보고서도 반복해 정독했다. 학계와 국회를 오가며 다수의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나온 결론은 두 가지.
이 연구의 지하경제규모 추정치를 다른 연구와 비교할 수 없다.
이 연구를 가지고,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양성화 실적을 평가할 수 없다.
숫자는 엄중하다. 우리가 예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10.89%.’
이 숫자는 지난해 9월 공개된 김종희 전북대 경제학 교수가 ‘조세의 회피 유인이 경제성장과 조세의 누진성,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밝힌 국내 지하경제규모수치다.
이 숫자의 비교 대상은 다른 연구가 아닌 해당 연구 내에서 뽑아낸 숫자들이었다.
한국을 제외한 25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7.66%, 주요 7개 선진국은 6.65%.
이 연구의 국내 지하경제규모 추정치는 다른 연구 추정치의 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연구에 의구심을 갖는 언론은 없었다.
숫자를 뽑아내는 이유는 내가 있는 위치를 가늠하고, 다음에 갈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다.
지금 국세청의 이정표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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