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해외 지급보증수수료를 두고 국세청과 기업 간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세청이 패소 후 과세방식을 바꿔 적용한 탓인데, 이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3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2월 중순 국세청이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수수료 부당지원 관련 추징한 법인세 9억6000여만원 중 5억2800만원만 과세하고 나머지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국세청은 국내 금융당국이 사용하는 산식을 참고해 도출된 수수료율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매긴 기업들에 대해 추징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과세 취지는 인정되나, 기준 수수료율을 도출하는 모형이 적절치 않다고 하여 패소판결을 내렸고, 국세청은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모형을 차용해 새로 수수료율을 책정해 기업들에 과세했었다. 이번 판결은 국세청이 해외 지급보증수수료 관련 첫 승소건이자 무디스 모형을 적용해 승소한 첫 사례다.
쟁점은 적정 수수료 기준
해외 지급보증이란 일종의 빚보증으로 해외 자회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거래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국내 모회사가 대신 내주는 것을 말한다. 해외 지급보증 수수료는 해외 자회사가 모회사에 지불하는 지급보증의 대가다.
그런데 이 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에서 지불하지 않으면, 모회사는 해외 진출을 이유로 국내서 버는 돈을 족족 해외 자회사에 부어 이득은 해외로 빼돌리고, 국내 세금은 회피하는 부당지원 우려가 발생한다.
쟁점은 어느 수준이 적정한 지급보증수수료이냐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해외 자회사에 0.1~0.3% 수준의 지급보증수수료를 물렸는데, 국세청은 금융당국의 그것을 차용해 계산한 결과 1~2%는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세청은 2012년 이후 약 70개 기업에서 3000억원의 세금이 추징했다.
기업들은 해외 현지 사정을 간과한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불복소송에 나섰고, 국세청은 2015년 행정법원에서 줄 패소했다. 국내 자료를 토대로 만든 국세청의 해외 지급보증수수료 모델을 해외 자회사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은 패소 직후 해외 지급보증수수료 적정가격 산출모형에 접목할 공신력을 가진 해외신용평가사의 모형을 검토했고,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서 개발한 예상부도율 모형을 도입했다.
직접 대출에 대한 이자나 보증 수수료는 자신이 빌려주는 대상, 보증을 서주려는 대상이 신용에 따라 매겨진다. 신용이 높으면 이자나 수수료는 낮고, 신용이 낮으면, 이자나 수수료는 높아진다. 그리고 신용이 높으면 예상부도율이 낮고, 신용이 낮으면 예상부도율이 높다.
기본적인 예상부도율은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C 머튼의 기업 부도 예측 모형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국내 리스크 관리 업체나 금융당국, 무디스 모두 어떤 식으로 예상부도율 솔루션을 도출하는지는 각각 다르다.
다만, 국세청·포스코대우 소송에서 법원은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에 물리는 지급보증수수료율에 대해선 무디스 모형을 접목한 것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무디스는 상장사에 대해선 재무정보, 신용평가 등급, 공시 등에 따라 예상부도율을 도출하고, 중소규모 비상장사에 대해선 해당 회사의 예상부도율을 각국 모형에 따라 도출한다. 각각의 도출값은 여건에 따라 변화한다.
국세청은 이 판결의 영향이 향후 해외 지급보증수수료율 관련 소송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행정법원은 국내 모형만으론 해외 자회사에 일괄적용하기엔 부족하다고 보았었다”라며 “이번 판결은 무디스 모형으로 보완한 과세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한 것으로써 향후 유사소송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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