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다품종 소량 맥주제조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지만, 활성화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성장을 방해하는 세율을 해결하지 않고는 ‘동네 술집’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유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 제11차 무역투자 진흥회의에서 오는 4분기에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 관련 규제를 전면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반기 할인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다양한 소규모 맥주를 판매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공청회 등을 열고 주세법 시행령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가 풀어주겠다고 하는 것은 판로와 재료의 제한이다.
그간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 만든 맥주는 자신의 영업장이나 타인의 영업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했었다. 소매점에 팔려면 발효조 규모가 75㎘ 이상이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재료에도 제한을 두어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수혜층인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의 표정은 착잡하다. 성장판을 가로막는 주세율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맥주의 세율은 출고가 기준 72%, 이밖에 30%의 교육세를 부담해야 한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이 이 세금을 다 내는 건 아니다. 주세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소규모 맥주 제조자는 연간 출고량 중 100㎘ 이하까지는 60%, 100㎘ 초과분 ~ 300㎘ 이하까지는 40%, 300㎘ 초과분은 20%의 과세표준을 적용받는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은 과세표준의 감경에도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양조산업 특성상 규모를 늘리는 만큼 기계장치를 늘려야 하는데, 많이 팔면 팔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 이로 인해 투자비 회수가 되지 않아 소형 양조장이 중견으로 넘어가는 건 언감생심이란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주세율 현실화다.
업계는 330㎖ 병맥주 기준으로 부과되는 주세는 국내 대형맥주제조업체 370원, 수입맥주 174원, 수제맥주 1100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대형 맥주제조업체는 박리다매로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수입맥주는 유통가격이 출고가에 매겨지지 않아 가장 낮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는 세금 때문에 박리다매를 노릴 수도 없고, 국내 제조란 특성 때문에 유통가격을 출고가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과세표준은 깎아 줄지언정 세율에선 한 치의 양보도 않고 있다.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부처 간 협동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에 대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율조정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업계는 정부가 세율 인하에 회의적인 이유를 70% 미만으로 맥주세율이 낮추면, 30%의 추가 교육세를 물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장은 “기타 주류 세율인 30%로 적용하면, 교육세 등이 빠져 수입맥주와도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며 “OECD 국가 대부분은 차등적인 세율로 소규모 맥주 제조장을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는 높은 주세율로 인해 업체들이 오히려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소규모 맥주 제조장의 시장점유율은 0.1%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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