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의 생활협동조합 연합회에만 보험업 등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생협법 개정안에 대해 생협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생협들은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동조합의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소통할 의지도 없다며 주무부처를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단위의 생활협동조합 연합회에 공제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제사업은 조합이 보험료에 상당하는 돈을 조합원으로부터 받고 조합원에 사고·질병 등이 발생하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단위 생협 5곳 이상이 모인 생협 연합회에 대해서는 공제사업을 금지하고 전국연합회에 한해 공제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공정위가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전국단위의 생협 연합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 생협은 '의료 생협과 그 외의 생협이 각각 회원 자격이 있는 조합 수의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전국연합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공정위가 이 같은 내용의 생협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생협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생협에 전국 단위 사업을 강요하는 것은 소규모 경제를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판매 등을 공동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생협은 대량생산·소비 위주로 짜인 시장 시스템과 달리 지역이나 직장 등을 중심으로 조합원 간의 소통·신뢰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다.
생협전국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생협 내에서는 협동조합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분권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라며 "공정위 요구대로 전국단위에서만 공제사업이 가능하다면 사업을 할 의지도 없고 필요성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4년 11월부터 공정위와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5∼6차례 회의를 하면서 설득을 했지만 회의가 끝나고 돌아서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라며 "공정위 차원에서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보험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생협법 개정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협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는 2010년 생협법 개정을 통해 마련됐지만, 인가기준과 감독규정이 없는 탓에 공정위는 지금까지 사업 인가를 보류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공정위가 생협을 여전히 통제와 규제, 관리 감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생협의 주무부처를 기획재정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생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정위는 공제사업이 사실상 보험업과 동일함에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보험업법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생협전국협의회는 성명에서 "생협 단체들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제사업을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 수년간 외국의 생협 공제활동 사례를 수집해왔고 경제사업의 분리와 독립회계, 외부 감사 등에 필요한 안전장치를 두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의 발상은 자립과 자조, 자치의 원리가 바탕이 되는 협동조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국연합회뿐만 아니라 연합회의 공제사업을 보장하는 생협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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