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제4회 이란국제자동차산업회의에서 연사로 나선 모하마드레자 네마차데 이란산업통상광물부 장관이 묘한 발언을 던졌다.
그는 르노 등 유럽 자동차 회사와 다음달 중순까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낸 뒤 "한국 자동차 회사와도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자동차 회사(현대자동차)가 이란 케르만모터스와 협상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그들이 프랑스 회사처럼 이란에 진출하려면 이란 정부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한국 회사는 이란을 단지 차를 파는 시장으로만 보면 안 되고 이란과 공유해야 한다"며 "이란에 진출하기 원하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한국 회사 측에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시장에 관심이 큰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자동차 회사가 모인 이 행사에서 이란의 자동차 산업을 주관하는 부처의 이란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국 자동차 회사를 압박한 셈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16일 "현대자동차에 요구사항이 있으면 직접 전달해야 하면 될 것을 국제회의에서 대놓고 문제를 제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이란 자동차 회사 케르만모터스와 i10, i20 모델을 현지조립생산(CKD)하기로 합의한 터다. 아울러 애프터서비스, 부품생산·품질 관리 기술 등도 이전한다는 협약을 맺었고 이란산 부품 비중도 내년까지 40%로 올리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3월부터 이란 국영 자동차 회사 사이파를 통해 조립생산 중이다.
이란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한국 기업에 더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 것이다.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사장도 "르노, 푸조는 이란 회사와 합작 회사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이전을 약속했는데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부품을 수출해 단순 조립해 돈만 버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자국 산업을 강력히 보호하는 이란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최근 이란 수출길이 막혔다.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수입허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금호타이어는 "수입허가가 지연되고 있는데 조만간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이란 정부가 금호타이어에 현지 합작 투자와 기술 제휴를 제안했는데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테헤란 지사 설립을 앞둔 한국타이어도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외국 기업이 몰려들자 이란 정부가 '단순 수출보다 기술이전과 합작 생산'을 강조했다"며 "선언적 의미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감하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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