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조금 비틀자면, 한국의 남자가 절대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죽음, 세금, 그리고 군대다. 이중 병역과 세금은 한국 남성의 의무이며, 평생을 따라다닌다. 동시에 이 두 가지는 매우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기피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이에 세금을 관장하는 국세공무원 간부들과 그 자녀들의 병역실태를 살펴봤다. 작성기준은 각 기관 국장급 이상으로 하였으며, 직급으로는 차장~서기관까지다. 참고로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들(만 18세 이상 남성)의 병역은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대상이며, 2016년 3월 기준 자료임을 밝힌다.
누구에게나 고된 군 생활이라지만, 김동욱 대전청 징세송무국장의 군 생활은 정말 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67년생인 그가 33개월하고 11일을 근무하게 된 배경은 그가 전투경찰순경(현재의 의무경찰)로 차출됐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해병대를 지원했지만, 병무청 담당자가 전경으로 돌렸다고. 그는 국세청 국장급 간부 중 홀로 전경으로 복무했다.
때는 1980년대 말이었다. 김동욱 국장이 86년 8월 입대해 89년 6월 군 생활을 종료하기까지 대한민국은 86년 10월 건국대항쟁, 87년 6월 항쟁, 88년 6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백만학도 총궐기대회, 88년 8월 8.15 남북학생회담 출정식, 89년 3월 공안정국까지 피와 폭력으로 역사가 채색되고 있었다.
서울대에선 박종철 열사가, 연세대에선 이한열 열사가, 대우조선에선 이석규 씨가 민주화 운동과 착취 속에서 죽음으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진열이 풀린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전경들은 구타와 기합 속에서 군 생활을 했고, 1열의 신병들은 쏟아지는 화염병과 투석세례를 버텨야 했다. 하루하루가 생사의 전장이었다.
진압방패 안쪽에서나, 바깥쪽에서나, 당시 그곳에서 젊은 날을 보낸 이들은 아직도 그 날의 매캐한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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