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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丁酉)년의 새해가 밝았다. 작년 10월말부터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는 그 이후 모든 정책 어젠다(agenda)를 한꺼번에 삼켜버렸다. 올해 1사분기도 복잡다단한 시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상황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올해 내에 대선(大選)이 이루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대선 캠페인 기간 중에는 수많은 공약(公約)이 난무한다. 공약 중에서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와 관련한 공약이고 이중에서도 조세공약은 모든 유권자의 지대한 관심사다.


지나고 나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 유권자의 마음을 허무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약은 유권자에게 후보자를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판단기준이 된다. 조세문제는 직접적으로 납세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어서 더더욱 유권자는 조세공약에 민감하며 조세공약에 따라 심하게 표심(票心)은 움직이기도 한다.


대부분 조세공약은 유권자에게는 둘 중의 하나로 다가온다. 조세공약이 현실화되면 나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키게 될 것인가 아니면 세금을 줄여줄 것인가이다.


유권자 개개인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보자. A후보자는 세금을 늘이지 않겠다고 하는 공약을 걸었고 B후보자는 세금부담을 늘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면 과연 유권자는 누구를 지지하게 될 것인가? 내심 A후보자를 지지하고 싶은 유권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다가 A후보자, B후보자 공히 기존의 복지수준보다 더 높은 복지수준을 제공하겠다고 공약을 했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누구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되는가? 이러한 단순한 사례에서 유권자의 표심은 A후보자에게 갈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A, B후보자 모두 복지수준을 높인다는 공약을 걸었지만 B후보자는 세금을 더 거둔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은 이렇게 단순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왜냐하면 조세공약 뿐만 아닌 여러 가지 분야의 공약이 제시되고, 조세공약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는 확실한 판단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하여 상황을 단순화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B후보자처럼 세금부담을 늘이겠다는 증세(增稅)공약은 B후보자가 선거에서 질 확률을 매우 높인다는 사실이다. 증세공약을 내건 후보자나 그 후보자가 소속된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선거의 승패는 선거에서 표를 많이 획득한 것으로 결판이 난다. 하지만 표를 많이 획득한 쪽이 반드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폭적인 복지수준의 향상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가 증세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복지수준을 제고하겠다고 내건 공약(公約)은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선거에서 조세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조세공약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이상(理想)적인 선거환경이 필요하다.


첫째는 현명한 유권자가 필요하다. 현명한 유권자의 존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다. 현명한 유권자라 함은 유권자 각자의 조세부담이 줄어들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조세공약을 내건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말한다. 유권자측면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세금부담을 늘이겠다는 후보자를 지지하기가 쉽지 않다. 유권자들은 국민복지수준을 올려주기는 바라면서도 세금부담에 대하여는 모른 체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순적인 행태이다.


혹자(或者)는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조세지출을 줄임으로서 세수증가가 가능하고 정부지출에서 방만한 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도 세수증가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증세를 하지 않고도 국민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세지출을 줄이는 것도 넓은 의미의 증세여서 증세를 한 것이고, 방만한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은 늘어난 재정지출을 메꾸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증세의 문제와는 별개로 그 자체로 합리적 지출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므로 논의의 차원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조세지출을 줄여 실질적으로는 증세를 하면서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주장을 하였기 때문에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명한 유권자는 재정지출이 증가되는 상황에서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권자이다. 복지지출의 증가와 조세부담의 증가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붙어 다니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유권자이다. 자신에게 단지 조세부담이 감소하는 공약을 내건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아니고, 자기의 세금이 증가하더라도 논리적 정합성이 있는 공약을 내건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현명한 유권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솔직한 후보자가 필요하다. 솔직한 후보자는 후보자의 공약이 유권자에게 부담을 주더라도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이러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후보자다. 이렇게 하다가 선거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의 소신을 지키는 후보자가 솔직한 후보자다. 솔직한 후보자는 현명한 유권자를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현명한 유권자가 다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솔직한 후보자는 선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두려운 후보자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하여 솔직한 후보자가 되는 길을 택하기 보다는 포퓰리즘(populism)을 부추기는 후보자의 길을 택하려고 할 것이다. 솔직한 후보자는 자기의 소신을 지키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


셋째는 현명한 유권자가 솔직한 후보자를 지지하여 솔직한 후보자가 선거에서 이기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후보자는 포퓰리즘으로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유권자에게 추가적인 조세부담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아니한 채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내건 후보자가 당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례가 많이 생겨날수록 우리의 선거풍토에는 포퓰리즘, 무책임한 조세공약은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다.


경험적으로 선거가 끝나고 나면 많은 선거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공약은 선거에 승리하고 나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많은 부분 폐기처분되며, 심지어는 원천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내거는 일도 상당수 있다. 대한민국의 앞날은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분할 수 있는 현명한 유권자가 많을수록 국가의 미래는 밝아진다.


하지만 개인의 사익에만 얽매이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솔직한 후보자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현명한 유권자가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 현명한 유권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솔직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일이 일반적이 되며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후보자는 포퓰리즘에 당선을 기대하는 일은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


선거공약의 논리적 정합성은 유권자가 공약을 점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 결과가 숫자로 표현되는 조세와 관련한 공약은 더욱 그렇다. 이상과 현실은 항상 차이가 있지만 현명한 유권자, 솔직한 후보자, 솔직한 후보자가 빈번히 당선되는 바람직한 선거생태계를 2017년 대선, 이후 총선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오문성 프로필]

• 현)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 법학박사/경영학박사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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