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릴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국내 조선 대형 3사가 내년도 수주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을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내년 수주 목표액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조선 3사 중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수정한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 9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년도 수주 목표액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1월 말까지 총 71억 달러를 수주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설정한 연간 수주목표액은 195억 달러였으나 올해 수주난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지난달 중순 연간 수주목표액을 절반 이하로 낮춰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목표를 재조정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나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수주목표를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108억 달러로 잡은 수주목표를 지난 6월 62억 달러로 확 줄였던 대우조선은 내년에도 62억 달러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게 수주목표액을 잡을 전망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하반기 들어 수주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우조선은 지난달 말까지 15억5천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지원이 계획대로 이행되면서 영업활동이 점차 원활해지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은 내년에는 올해 목표로 잡았던 53억 달러보다 연간 수주 목표치를 다소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주목표 상향 조정은 수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보다, 올해 수주가 내정된 프로젝트들의 최종 계약이 내년 초로 이월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ENI사가 발주한 3조원 규모의 FLNG 프로젝트의 수주가 내정된 가운데 내년에 최종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이밖에 협상이 진행 중인 다른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있다.
연초 125억달러로 잡았던 수주목표를 지난 5월 53억 달러로 조정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11월 말까지 수주실적이 5억2천만 달러로 초라한 수준이지만, 이미 따놓은 계약들로 인해 내년에는 여유 있는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극심한 수주절벽에 직면한 조선업의 현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지다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내년 선박 발주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이상 수주절벽이 이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등이 있을 수 있다“며 “선주들 사이에서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만큼 발주 움직임이 올해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는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발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고, 일감부족이 심해진 조선소들이 더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할 것이므로 올해보다는 수주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며 “만약 내년에도 올해만큼 수주한다면 회사가 문닫게 될 것이란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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