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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뮤지컬 ‘아이다’, 리더십 그 당연함의 판타지

(조세금융신문=김명진 기자) 광활한 모래사막과 거대한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태양이 지배하는 땅위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과거의 얼굴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역사의 기록이다.


활자로 새겨진 찬란한 역사의 기록은 패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광활한 대지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황금빛 문명은 전쟁의 폭력 앞에 무참히 쓰러져간 패자의 고통이고,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박한 노예들의 산물이다. 진실을 가린 채 노예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그 위에 세워진 이집트의 문명은 절망을 지배한다.


이집트에 내린 나일강의 축복은 누비아의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환하게 빛나던 누비아의 하늘은 어둠으로 뒤덮였고, 그곳의 여인들은 포로가 되어야만 했다. 그들은 깊은 슬픔을 짊어진 채 이집트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주위엔 정적만이 가득하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비참한 운명을 거부하지 못한 누비아 여인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뿐이다. 하지만 유독 한 여인만은 절망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한 칼춤을 추며 굴복을 거부했고, 자유를 향한 열망을 꺾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오래 빛을 내지 못했다. 이집트 군사의 커다란 손짓은 그 여인을 침묵 속에 가뒀다.
 
이집트 군사들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그들의 도시로 향한다. 펄럭이는 깃발과 군사들의 웃음소리는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거대한 도시는 착취와 억압의 상징이자 절망에 빠진 노예들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한 여인은 이집트의 젊은 장군 라다메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이제 그녀는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아닌 이집트의 노예로서 삶을 이어가게 됐다.


거대한 권력의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이집트 공주의 시간은 초라했다. 그 자리는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으로 만들어졌기에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공주의 눈에 띄기 위한 요란한 웃음소리는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고, 주위를 둘러봐도 그녀가 의지할 곳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다는 공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며 공주의 곁을 지킨다.


아이다는 이전과는 다른 삶에 내몰렸다. 노예 이전의 삶은 희미해졌고, 그녀가 지켜내려 한 것들은 예전의 명성과 이름만 남아 추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라다메스는 절망에 빠진 아이다의 곁을 지키며 애틋함을 드러냈고, 누비아 인들을 향한 대가없는 호의는 아이다의 처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누비아의 성벽은 떨고 있고, 그 아래로는 나일강이 무심하게도 흐른다.


이집트의 거듭된 승리는 결국 누비아의 왕을 포로로 만들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누비아의 처참한 광경은 아이다에게서 사랑이라는 허상을 걷어냈고, 누비아의 공주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깨닫게 만들었다. 현재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서럽게 울부짖던 노예들은 한 줄기 빛을 보았고, 그들은 그 빛을 따라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수많은 목소리들이 뒤섞여 이집트 공주와 라다메스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는 누비아에게 기회였다. 아이다는 과거의 아픔을 뒤로하고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했다. 마침내 누비아의 왕과 백성들은 고통 속에서 자유를 외치며 누비아로 향한다. 그러나 이윽고 커다란 장벽이 그들 앞을 막아섰다.


또 다시 짙은 어둠이 드리웠지만 이내 장벽은 무너지고 길이 열렸다. 홀연히 나타난 라다메스는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을 지켜내며 누비아가 다시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모든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았지만 그곳에 남겨진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그들이 등진 세상 앞에 무릎 꿇고야 만다.


연인과 친구, 모두를 잃은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는 상실감에 빠졌다. 허나 각기 다른 선택을 위해 서로의 사랑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모습은 암네리스를 일깨웠다. 절망과 체념 속에 묻혀버린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


이제 남겨진 그들은 거대한 무덤아래 누워 달콤한 아침을 맞이하면 된다.


이 작품은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우리네 이야기로 치환된다. 세상에 희망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다른 이들을 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 없는 현실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우리는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통과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떠넘기고, 도처에 널린 부조리와 모순에도 어렵지 않게 눈감아버리는 거대한 권력의 모습은 절망감을 넘어 무기력이 가득한 시대를 만들었다. 이런 현실이 작품에 대한 환상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지금의 시대는 우리를 절망으로 이끈다. 하지만 절정에 다다른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시작된다.


촛불이 횃불 되어 마침내 이룬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리더를 찾아야 한다. 또 팍팍한 삶조차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시선을 모으고,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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