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현지화 전략을 위해 해외직접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올해부터 눈에 띄게 보호 무역주의를 강화한 것도 중소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에 나선 이유로 분석된다.
2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올해 3분기 해외직접투자금액(송금액 기준)은 15억5천400만 달러(약 1조8천384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했다.
이로써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16억4천61만 달러를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해외직접투자액은 단순 수익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해외로 이동한 금액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해외 생산 법인을 신규 설립하거나 법인 지분을 확보하는 데 쓰인다.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미국 부동산임대업과 베트남 제조업 투자를 늘리면서 올 3분기 해외투자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현지 소비자나 고객사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일종의 현지화 전략"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바로 공급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도 해외투자 증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생산라인을 두고 해외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수출)하던 기존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산업의 주요 시장인 베트남이나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 국내보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마무리된 대선을 앞두고 보호 무역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안전한 납품'을 위해 현지 법인 투자를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수입품 관세가 인상되거나 규제가 강화되면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국내 한 중소 특수 윤활유업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미국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해외 고객사가 '안전한 납품'을 이유로 현지에 생산라인을 설립하라는 요구가 많아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보호주의 추세가 강화되면 중소기업은 해외진출에 더욱 비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 현지생산·현지공급 체계가 강화되면 수출액은 통계상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중소기업의 국내 일자리는 감소할 수 있다.
실제 중소·중견기업의 지난 8월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잠정치)은 1천211억3천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줄어들었다.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수록 수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분명 커진다"며 "해외직접투자의 목적은 현지에 생산라인 등 경영 기반을 두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생산라인 투자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소기업들과 달리 대기업의 해외투자금액은 올해 3분기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분기 대기업의 해외투자액은 48억2천100만 달러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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