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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세금 Ⅱ]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

화폐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탄탄하게 잘 유지되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

(조세금융신문=박일렬 강남대 교수) 화폐의 생명력은 정부(채무자), 조세행정, 납세자의 신뢰관계가 부여한다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르헨티나와 일본의 경우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20세기 초 한때 아르헨티나는 영국과 프랑스보다 부유한 나라였다. 그런데 페론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폐를 남발하고 국채 발행을 급속히 늘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자기나라 화폐나 국채를 사지 않았고 부자들은 돈이 생기는 대로 미국 달러로 환전하여 보관하였다. 그렇게 되자 정부는 돈을 더 많이 발행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휴지로 변했다.

 

반면 지난 수십 년 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엄청난 돈과 국채를 발행한 일본의 경우 세계 경제가 안 좋을 때마다 그리고 일본 경제의 침체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엔화 가치가 오르곤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일본경제의 위기와 엔화의 몰락을 예언하였지만 현실은 전혀 그런 예측을 비웃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일본 국채와 엔화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신뢰가 굳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국의 국채와 그것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화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기에 국민들은 자기나라 돈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채는 결국 미래 세금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이것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자, 그리고 궁극적 채무자인 납세자 간에 굳은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아르헨티나와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가 화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즉 화폐가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의 공신력(이것은 법적인 형식과 세금을 담보로 한다)과 국민의 신뢰가 필요충분조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그것이 돌이건, 조개껍질이건, 아니면 쇳조각이건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그때 필요에 따라 편리한 대로 화폐로 정해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화폐는 아무리 사용이 편리하다 해도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만약 화폐라는 것이 사회적 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환의 편리성으로 인해 발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국가가 바뀌어도 그 화폐가 폐지되거나 바뀔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화폐의 기반은 세금을 담보로 한 국가의 공신력과 국민의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 조세행정과 법적 공신력을 책임지는 정부, 그 지불 약속을 받아들이는 채권자라는 사회적 관계가 화폐의 생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삼자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화폐의 생명인지를 유럽의 근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는 18세기 초반 유럽 대륙에서 최고의 강국으로 이런 큰 권력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 이때 존 로(John Law, 1671~1729)라는 사람이 프랑스 국채를 미시시피 공사의 주식으로 전환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루이 15세에게 제시하자, 부족한 재정과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프랑스 왕이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 프랑스는 미국에 루이 14세의 토지라는 의미를 가진 루이지애나라는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발전이 느렸기 때문에 생각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궁리 끝에 존 로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공사와 금광 개발을 미끼로 미래의 막대한 수익을 홍보하면

서 프랑스 국채를 가진 사람들한테 이 국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라고 부추겼다. 홍보가 워낙 잘 되었는지 사람들이 앞 다투어 주식으로 전환을 하면서 왕의 부채문제는 해결되었다.

 

지금 같으면 다단계식으로 모집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배당도 많이 줄 수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인기가 좋아져서 주가는 폭발적인 상승을 한다. 이 과정에서 미시시피 공사의 주식은 마치 화폐처럼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거품이 엄청나게 부풀었지만 어느 날 사업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그 거품은 꺼져버렸다. 결국 존 로의 사업은 엄청난 인플레이션만 일으키고 실패로 끝났다.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에서는 부르주아 계급이 착실하게 성장을 하여 왕의 재정을 지원해주는 계층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사설 은행이 탄생하였고 이 사설 은행을 통해서 왕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금이 주화였는데 금을 보유한 은행가들은 환어음을 발행하여 유통시켰다. 이 환어음은 보유한 금을 기반으로 발행되었기 때문에 신용도 탄탄했고 덕분에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그 후에 프랑스와 영국이 전쟁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정이다. 전쟁은 경제력 싸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당시에 대륙을 대표하는 프랑스와 해상 강국으로 떠오르는 영국의 패권전쟁이었기 때문에 전쟁이 확대되면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였다.

 

영국이 승리한 비결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즉 전쟁 때에는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신용을 담보로 발행되는 신용화폐가 급속도로 팽창하게 되는데 이것이 무리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신용화폐라는 것은 곧 미래의 지불약속이므로 채권자는 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그 신용화폐를 받아들인다. 그만큼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왕이 발행하는 신용화폐는 결국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한 약속이다. 영국의 경우 국왕과 국가에 자금을 대부해주는 채권자(사설은행) 그리고 국가부채(신용화폐)에 대한 담보인 세금을 걷는 행정조직과 납세자(국민) 이 세 계층의 사회적 관계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즉 영국은 자금을 대부해주는 은행과 세금을 걷는 행정조직, 그리고 세금을 내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관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가능했던 것이다.

 

국채를 매입한 채권자인 부르주아들은 미래에도 세금징수가 제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세금은 국민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채무, 국채 발행과 세금 걷기에 관한 세율, 과세대상의 결정같은 것들이 의회에서 협상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금징수와 관련해서 행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관료제 같은 행정조직이 갖추어져서 이 삼자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야 재원조달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영국은 이 관계가 잘 조직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용화폐가 잘 조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달리 프랑스는 그런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 보니 재원 조달(화폐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프랑스는 그 당시 루이 14, 15세가 통치하는 막강한 왕정체제라 왕의 권한이나 권력이 엄청났다. 그래서 재정 조달은 주로 매관매직을 통해, 즉 귀족이라는 특권 계급을 팔면서 왕이 필요한 돈을 일시적으로 조달했고 세금은 체계적인 행정과 관료 체제를 통해 걷는 것이 아니라 세금 농부(tax farmer)라고 하는 사설징세대리인이 담당하였다.

 

왕은 입찰을 붙여서 세금을 가장 많이 걷어내겠다는 제안서를 낸 세금 농부에게 징수권 자격을 부여한다. 그 사람은 왕에게 약속한 금액만 바치고 나머지는 자기 맘대로 쓸 수 있었다. 옛날 로마시대에 식민지를 다스렸던 총독들이 이와 같은 징세관들이었다. 이 세리들이 얼마나 미움을 받았는지는 성경에도 잘 나와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이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리가 없었다. 자기들이 선택받기 위해서 왕에게 입찰을 많이 써내야 했고 그 이상으로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어야 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렇게 프랑스는 전쟁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국민

의 동의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조달하다 보니 지폐 남발과 함께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었다. 전쟁 기간 동안 생계비가 200배 이상 오를 정도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국민들을 큰 고통에 빠뜨렸다.

 

화폐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국가의 운명 좌우

 

역사에서 보듯이 화폐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탄탄하게 조직적으로 잘 유지되는지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 뿐만 아니다. 권력과 부채, 신용(화폐)이 창출되는 사회적인 관계가 잘 조직되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되면 국가는 신용화폐와 국채의 발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그렇게 조달된 자금으로 국민경제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에 따른 조세 수입이 증가하게 되어 부채상환이 가능하고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돌아갈 수 있다.

 

반면 이런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국채 발행이 결국 빚으로만 남게 된다. 조세수입도 늘지 않고 그러다 보면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구조가 된다. 그 결과 국가는 점점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돈이라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만큼 경제 수준에 따라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팽창이 되어야 한다. 역사를 볼 때 그 사회적 관계가 잘 유지되는 경우 사회가 부강해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반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화폐발행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가 뒤틀리는 경우 작게는 사회의 파탄에서 크게는 제국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로마 제국이나 동양의 원제국부터, 18세기 프랑스와 20세기 독일, 프랑스 혁명에서 국가의 흥망성쇠는 결국 화폐를 둘러싼 정부(왕정), 납세자(국민), 행정조직의 사회적 관계가 건전하게 유지되었는가 아닌가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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