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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해외 자본의 주주행동주의 행태와 우리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

(조세금융신문) 최근 엘리엇자산운용이라는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투자 및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관한 논란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등에 대하여 그들이 제기한 문제제기로 부터 여러 논란이 파생되었다.

이번 기회에 경영권방어 수단의 도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국내기업을 약탈적 외국인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느니, 외국인투자를 국가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느니, 국민연금이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노릇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느니 하는 백가쟁명식 논란이 그것이다.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듯이 보이는 여러 논란의 핵심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진행되어온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투자 사례를 차분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3년 SK(주)와 크레스트증권(소버린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의 갈등상황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서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되었고, JP모건과 옵션 이면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1천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치는 배임행위를 했다는 혐의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SK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여 결국 반토막 수준이 되었고 모두가 주식을 매도하느라 바쁠 때 외국인 투자자인 소버린은 반대로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는 SK를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모델기업으로 바꿔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2005년 6월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바꾼 소버린은 한 달 후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이익은 주식매매 차익과 배당금, 환차익을 합산해 9천억원에 이른다.

이후 해외자본의 먹튀라는 용어가 들먹거려졌고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외국자본이 우리 기업을 노린다는 근거가 미흡해 보이는 공포감 조성이 유발되었고 맥락에 부합하지도 않는 경영권방어제도 도입 주장이 제기되었다.

여기서 꼭 짚어보아야 할 것은 소버린이 SK의 경영권 탈취를 기도하였고 실제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느냐이다. 당시 문제의 핵심은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회사가치의 추락을 지배구조개선을 통하여 재건하고 이를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지 흔히 언급되듯이 외국인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권 탈취시도가 아니었다고 본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을 겪은 SK는 실제로 상당한 지배구조개선이 이루어졌으며 회사가치도 제고되었다. 어찌됐든 소버린의 문제제기는 SK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었으며 그 혜택은 소버린 뿐만 아니라 SK(주)와 모든 주주(창업자 후세 일가 포함)도 받은 셈이다.

KT&G는 2006년 또 다른 헤지펀드인 칼 아이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직면한다. 칼 아이칸은 또 다른 펀드인 스틸파트너스와 연합해 KT&G 주식 6.59%를 매입했고, 이후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 1명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했다. 칼 아이칸 역시 주식 매각을 통해 1500억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

삼성물산도 외국계 펀드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했다가 팔아 3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 두 사례도 외국자본의 경영권분쟁 유발 후 먹튀 사례라고 언급되고 있으나 그렇게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물론 이들 해외 펀드가 순전히 지배구조 개선 의도만으로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투자자이고 그 목적은 투자수익의 극대화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모든 행위를 법적인 틀 내에서 하는 것이다.

한편 그들이 주장한 해당기업들에게 지배구조개선의 필요성이 없었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사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위험성보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의 후진성이 문제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헤지펀드들의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해외 헤지펀드의 문제성 투기행위를 옹호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의 실정법을 어기면서 투기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 한 그리고 정상적인 자본시장의 메카니즘에 의한 투자방식을 취하여 주식을 취득하는 한 그들의 주주로서의 적법한 권리행사를 저지할 방법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잠깐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실태를 보자. 2014년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수준은 싱가포르, 홍콩, 일본은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 등에도 뒤진 아시아 11개국 중 8위다. 한편 근래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KB금융 사태에서 우리나라 대표 금융기업의 지배구조실태 즉 형식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너무나 후진적이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지배주주 부재의 경우 낙하산 인사, 지주회사체제의 비효율성, 사외이사의 무책임성 등이 얽혀 빚어진 참사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제도적으로 잘 갖춰진 듯이 보이는 기업에서 발생한 사태이기에 더욱 뼈아프다. 역시 제도도입이 어느 정도 의미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과 그들의 인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땅콩회항사태는 또 어떠한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일가 2~3세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이 초래되었는지 씁쓸할 따름이다.

국가의 명성과 체면은 물론이요 해당 기업의 경우 브랜드가치의 하락과 자본시장에서의 기업가치 하락은 또 얼마나 많은투자자의 눈물을 결과하였는가?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해외투자자에게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후진성을 증거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사례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 부지매입 결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투자의 성패는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관건은 그러한 의사결정의 과정이며 그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이 기능했느냐다. 이는 경영판단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상적인 투자판단의 논의절차와 결정과정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사회 및 그 구성원이 역할을 다하였는지가 핵심이다.

물론 단일한 원인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되기는 어렵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더 크게 작용한 문제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여러 상황속에서 외국인 투자자(헤지펀드 포함)의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와 적극적 주주행동주의 활동의 원인을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문제에서 찾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 아닌지 검토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적은 소유지분으로 수십, 수백 개의 회사를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해서 지배하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이는 근본적으로 지나치게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유하는 경우 지배주주가 회사가치 또는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경영할 유인보다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할 개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이 일감몰아주기다. 오너일가 2~3세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는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성장시킨 후 이를 상장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재편,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명분으로 진행되는 분사, 합병등 절차를 거쳐 오너일가 2~3세로의 기업집단 전체의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지배권이 강화된다.

이러한 잘못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개선 요소 중 특히 경영의사결정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사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주주대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이사회가 특정주주(보통은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이겠으나)에게 치우침 없이 전체 주주의 의견을 고르게 대변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국회가 전체 국민의 의사를 고르게 대변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야만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게 의사결정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의 의사에 의한 독점적인 이사회 구성이 바로 특정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일감몰아주기나 기타 전체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하는 기반이 되는 이유다.

더불어 짚어야 할 점은 CEO 승계계획의 마련이다. CEO 리스크 관리는 매우 중요한 기업 리스크 중의 하나이다. 정상적인 승계의 경우에도 CEO 승계문제는 기업의 가치 또는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지만 특히 갑작스런 CEO의 부재나 사고시 더욱 크게 부각되는 문제이다. 이는 지배주주의 유무와도 관계없다.

지배주주가 있는 경우에는 검증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2~3세 승계문제로 비화하거나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된다. 지배주주가 없는 경우에도 낙하산 문제나 전문경영인의 회사기회유용이나 참호구축 등의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CEO 승계와 관련하여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CEO를 결정할 것인지 승계계획이 확립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다시 이사회의 역할이 부각된다. CEO승계계획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 또한 이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회 구성원의 책임성과 독립성, 전문성이 중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사회는 CEO 승계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주주의 동의를 얻어 이를 상시적으로 관리 운영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여야 한다.

여전히 과거의 경영관행에 안주하거나 상장기업을 마치 개인소유의 기업처럼 좌지우지 하려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나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나 기과투자자들에게도 지배구조 개선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등에 이어 근래 일본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트십 코드가 제정되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주도적으로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 등을 포함한 모든 주주와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주주대표성이 확보되도록 이사회를 구성하여 상호 협럭적인 관계 속에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
준법감시협의회 준법감시제도발전 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상사법학회 이사
한국기업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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