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운영 능력과 경쟁력을 검증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 져야 하며, 이로써 국내 관광 산업 발전과 면세점 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최근 잇따른 내수 침체로 유통 채널이 역신장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만이 홀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최소 2~3년 이상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혹은 관세와 관련된 특혜 사업으로 인식해 사업권 확보를 위해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은 고위험군 산업…다수 기업들 경영 악화로 면세점 특허 반납
국내 면세점은 외화 획득과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1962년 김포공항 출국장에 처음 설치됐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아시안게임, 올림픽게임 등 각종 국제행사 유치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되어, 총 30개가 넘는 기업이 특허를 받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는 면세점 사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면세점은 타 유통채널과 달리 사업자가 제품을 선구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재고 관리에 따른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재고 부담을 완화하려면 자금력은 물론 고객 니즈에 따른 트렌드 분석, 브랜드 협상력 등 객관적 데이터베이스 및 경험에 의한 노하우가 축적되어야하며, 그 과정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과열경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면세점 사업자가 늘수록 경쟁력이 약화된다는데 있다. 한 예로, 면세점 사업의 구조상 사업자간 경쟁이 심화되면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있어서 가격협상에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는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CDFG(중국 국영 면세점)는 지난해 중국 하이난에 세계 최대면세점을 오픈하는 등 면세점 규모의 대형화와 사업자의 집중화가 최근 면세 산업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면세업계를 살펴봐도 DFS, Dufry 등 글로벌 기업이 많게는 40여 개가 넘는 국가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들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면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다.
주변국에서는 이미 국가적으로 면세점 사업의 대형화와 집중화에 힘쓰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오픈하고, 관광객은 물론 자국민 수요를 잡기 위해 정책까지 바꾸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이난을 2020년까지 세계 일류 관광휴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섬 전체에 면세혜택을 부여하는 ‘리다오 면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리다오 면세’는 하이난 섬 전체에 면세혜택을 부여해 비행기를 이용해 하이난을 방문하는 만 18세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과 하이난 거주민을 대상으로 면세품의 종류, 구입 횟수, 금액, 수량 등을 제한 정책이다. 이로 인해 외국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의 면세소비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다.
관광 대국인 태국 역시 하나의 사업자가 전국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면세점 사업의 집중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대만 정부도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섬 전체를 면세화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허 기간 5년으로 단축, 잘못 운영 시 역마진
면세산업은 브랜드 유치나 인테리어, 시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물류센터 구축 등 초기 투자금 및 선구매한 제품의 재고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운영 비용 등을 고려해야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와 관련해, 일단 사업권만 확보한다면 연간 5천 억 원 대의 추가 매출을 기대 할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다수의 신규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기존 사업자는 운영해온 사업장을 수성하기 위해, 반대로 신규 사업자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특허권이 나올 때마다 입찰에 참여해야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16.6% 감소했으며, 한진그룹은 1986년부터 시작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이 해에 포기하고 현재 기내면세점만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질병, 환율 등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면세점 운영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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